- 호강해도 됩니다 -
남편은
일주일에 몇일은 연구소에서 잡니다
떨어져 있을 때는
사랑이 샘솟듯 솟아 오릅니다
전화 목소리도 더 다정해 집니다
사랑해요, 하는 소리도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닭살이라고 해도
이미 익숙해진 말입니다
집에 옵니다
소파에 누워 전처럼 입으로 부립니다
전에는 다 해주면서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설거지 끝내고 손에 로션 바르고 앉자마자
또 먹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저 한번 화내고 맙니다
연구소에서 스스로
식사도 할 줄 알게 됐습니다
집에 올 때는 상추랑
아직 첫물이라 시원찮은
고추도 따 갖고 옵니다
어제는 시들을 까봐 나중에 딴다는 것이
손님 때문에 잊어버리고 그냥 왔습니다
아침에 상추 따러 간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남편은 전처럼 호강해도 됩니다
안식처인 집에서 호강 못하면
누가 해 주겠습니까
좋아하는 과일이나 깍아 주면 되는 것을
2008.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