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똥이의 시
거울 안의 거울
문똥이
2025. 6. 12. 19:05
거울 안의 거울
나는 슬픔 속에 잠겼습니다.
감정을 잘라 버렸는데도
슬픔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거울 안의 거울, 마주 본 거울 안.
반쯤의 내가 겹겹이 들어앉아 울고 있습니다.
마주한 거울 안에선
겹겹이 비추면
슬픔은 몇 배나 될른지.
거울 안의 거울...
사랑이라면, 몇 개의 거울을
마주 보게 세워야
그대에게 닿겠습니까.
거울에서 튀어나와
그대에게 달려가는 것이
빠르겠건만,
난 그럴 수 없읍니다.
약속했습니다.
사랑하지 않기로.
스스로 묶은 약속입니다.
허니, 슬픔만 남았습니다.
나는 슬픔과 사랑이
동의어라 했습니다.
그러니, 거울 속에서
슬픔과 사랑이 마주보기를.
사랑이 가는 길이 막혀서입니다.
그 안에서 나오라고
그 누군가가
손짓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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