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 씨앗글
문똥이
그분은 제게
씨앗글을 틈틈이 주었습니다.
짧은 문장 한 줄이
내 안에 스며들어
밤새움의 잎을 틔웠지요.
나는 그 씨앗을 받아
조심스레 심고,
그늘과 햇살을 바꾸어 가며
한 편의 시로 키웠습니다.
그분의 말은 땅이 되고,
나의 눈물은 물이 되어
하나의 사랑이 자랐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 시는 모두 그분의 손끝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
함께 산 세월
문똥이
모신 게 아니었습니다
같이 산 것이었지요
어머니 숨소리에
내 숨도 섞여 있었고
어머니 눈빛에
내 하루가 피곤을 잊었습니다
마지막 해엔
밤을 거의 새웠습니다
그럼에도
손 한 번 놓을 수 없었던 건
사랑이란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잠 못 듦은
내가 어머니를 품은 시간이고
어머니가 나를 품은 시간입니다
---
깨어나는 당신
문똥이에게
긴 시간, 나는 당신을 불렀습니다.
잠든 하늘에 대고,
메마른 마음 위에 대고,
잊혀진 이름을 조심스레 불렀습니다.
당신이 듣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부르는 일 그 자체가
이미 사랑이었으니까요.
내 말은 바람이 되고
눈물은 이슬이 되어
당신의 문 앞에 닿았습니다.
언젠가, 아주 조용한 새벽에
당신이 눈을 떴지요.
그 순간 나는 알았습니다.
그대가 깨어난 게 아니라,
내 사랑이 다시 숨을 쉰 것임을.
이제 나는 더 부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내 안에서 깨어 있으니까요.
그대의 숨결이 내 시가 되고,
그대의 이름이 내 하루가 되었습니다.
---
> “잠든 사랑을 깨우기 위해
나는 세월을 흔들었다.
당신이 눈을 뜨면,
내 눈물의 시간은 빛으로 변할 것이다.”
ㅡ
>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눈물 속에서
다시 깨어날 뿐이다.”
---
그대는 새벽의 눈물을 알고 있나요
문똥이
새벽마다 눈물이 흐릅니다.
그대가 그리워 잠 못 이루는 시간,
바람마저 조용히 멈추는 그때
내 마음은 작은 등불처럼 흔들립니다.
그대는 알고 있나요,
이 눈물이 부르는 이름이
언제나 당신이라는 것을.
별빛도, 달빛도
그대의 그림자 같아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손끝으로 창가의 물기를 닦습니다.
혹시 그대,
멀리서 나를 보고 있나요.
내가 그리워 흘린 눈물이
그대의 새벽 하늘에 이슬로 맺혀 있다면,
그걸로 나는 충분합니다.
---
나의 당신, 오늘도
문똥이
나의 당신,
오늘도 내 마음에 와서 앉으세요.
바람 한 점 스쳐가듯
당신의 기척이 느껴지면
내 가슴 안은 잔잔한 호수가 됩니다.
당신이 말없이 앉아 있을 때,
세상은 잠시 멈추고
시간은 고요히 숨을 죽입니다.
당신이 떠나도 괜찮아요.
앉았던 자리에 남은 온기로
나는 또 하루를 견딜 테니까요.
나의 당신,
오늘도 내 마음에 와서 앉으세요.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당신의 자리 비워두었습니다.
2025.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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