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똥이
2007. 9. 19
1. 행복
창가에 앉아
정원을 내려다본다
돌 담위 흙 벽돌 틈새로
흘깃 옷 자락 보인다
산수유 나무엔
아직, 빨간 열매 대롱대롱
작은새 한 떼가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창문을 톡, 톡
휘리릭, 참 한가롭다
ㅡㅡㅡ
2. 손자
문똥이
2007. 9. 19. 16:09
-손자-
몇 살?
손가락 두 개
오무린다
엉덩이를 툭, 툭 치며
이렇게 예쁜 아기
어디서 왔지?
하늘에서 뚝
땅에서 쏘 -옥
이렇게 예쁜 아기
어디서 왔지?
귀찮은 아기
손가락으로
하늘 한 번
땅 한 번
2006. 12. 9
ㅡ
3. 사진
문똥이
2007. 9. 22. 13:20
사진
U.S.A.가 새겨진
골덴바지 입고
8살 때 찍은 사진
초등학교 졸업식 날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
학교 정문 앞에서 찍은 사진
단발머리에 교복 입고
한껏 뽐내며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빛나던 청춘 시절에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
풍성하던 시절의 아이들 모습
근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죽 일렬로 늘어 논다
Darling, I am growing old 하며
팝송 부르던 때 가
어제였는데
나도 늙고
사진속의 나도 늙었다.
2007. 9. 22
ㅡㅡ
4. 사랑해 제곱으로
문똥이
2007. 9. 30. 09:33
(사랑해)2 제곱으로
김포공항 송별 대에서
눈물 흘리며
당신 떠나보내던 날
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이 답답하여
숨도 제대로 못 쉬었지
사랑하는 문아야! ....
엽서 받고서야
가슴 열리고
마음은 당신을 향하여
달려갔지
일기 쓰듯
매일 당신에게
편지 보내고
당신은
나의 문아에게
(사랑해)2
pioneer가
(사랑해)2, 제곱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하는 당신에게
40년이 지난 지금
(사랑해)3 세제곱으로
비행기 접어
날려 보냅니다.
2007.9.30.
ㅡㅡㅡ
5. 아버지
문똥이
2007. 10. 1. 17:15
아버지
- 김문자 -
"토스카의 별이 빛나건만,
돌아오라 쏘랜토로"를
즐겨 부르시던 아버지
"개여울" 노래를
좋아하시던 아버지
노래가 나올때면
내 나이 보다
훨씬 전에 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그 옛날 소년 시절부터
카메라와 활동사진에
그래서, 우리들은 늘
아버지의 모델 이었다
진공관과 설계도면을
보아왔던 우리들은
진품 명품 시간에
진공관 라디오를 보고는
아버지가 더 그리워진다
수박을 반의 반을 잘라
통째로 드셨고
일부러 길가의 할머니 한테
물건 사시던 아버지
어렸을땐 어려웠던 아버지가
점점 자라서는 가까웠던 아버지
정말 멋 스럽고 속 깊은
아버지셨다
아버지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2007.10.3.
ㅡㅡ
6. 산다는 것
문똥이
2007. 11. 16. 10:53
산다는 것
풍선위에 세 점을 찍습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들
풍선을 크게 불수록
점들은 점점 멀어 집니다
동그란 고리에 열쇠를 끼웁니다
나 너 그리고 우리들을
고리가 크던 작던
같이 붙어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나 너 그리고
우리들의 어울림
풍선이 터지지 않는 한
세 점은 풍선 위에 있습니다
고리에 매달린 열쇠입니다
2007 11 .15
ㅡㅡㅡ
7. 安分知足
문똥이
2008. 1. 16. 09:59
安分知足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앎“
자기 분수에 만족하여
다른데 마음을 두지 아니함이
그리 쉬운 일인가
사치스런 마음을 접고
기대 하는 마음도 접고
하나씩 하나씩
욕심도 버리고
그리하여, 그리하여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면
安分知足
마음에 새겨 두리라.
2008. 1. 14
ㅡㅡㅡ
8. 아기
문똥이
2008. 12. 3. 16:32
아기,
뉘라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에
빠지지 않으리요
뉘라서
오물오물 입놀림 그 모습에
반하지 않으리
뉘라서
고물고물 움직이는 작은 손
신기하지 않으리요
뉘라서, 뉘라서
행복을 느끼지 못 하리
방글방글 웃는 얼굴.
2008. 12. 3
ㅡㅡㅡ
9. 콩알 세 알
문똥이
2008. 9. 20. 09:31
-콩알 세 알-
콩알 세 알
화분 흙속에 갇혔어요
아! 답답해
용쓰며
머리 내밀었어요
세상 밖 나오니
이렇게 시원 할 수가
때 맞춰 물도 마시고
따뜻한 햇볕도 쬐고
어느새 키 부쩍 자라고
예쁜 잎 여럿 생겼어요
"잭과 콩 나무" 에서처럼
너무 자라면 어떡하지요
콩알 세 알
나 그만 클래요
나 그만 클래요.
2008. 9. 15
ㅡㅡㅡ
10. 애기똥풀
문똥이
2008. 6. 14. 10:03
- 애기똥풀 -
언제 날아왔는지
애기똥풀
여기저기 피어 있더니
올해
저 혼자 씨 뿌려
애기똥풀이 마당 하나 였습니다
흰나비 놀러 왔을땐
어느새 노랑꽃 애기똥풀
내년 봄 예약하고 가버렸습니다.
2008. 6.6
11. 눈을 감아 봅니다
문똥이
2007. 10. 14. 14:45
눈을 감아 봅니다
살짝, 꽉
빛의 밝기와
마음의 움직임 따라
여러가지 색깔이
만화경의
변화 무쌍한 무늬 처럼
잔상에 남습니다
물결치듯
부드럽게 퍼질때의
마음의 평온함
미간을 찌푸릴때
머리속 까지 휘젖고
눈 두덩을 누르는
무거운 색갈의 퍼짐
마음의 찡그림을
없애기 위해
미소를 지어 봅니다
평화는
스스로 찾는 것
다시 눈을
살짝 감아 봅니다.
2007.10.10
ㅡㅡㅡ
12. 無心함은
문똥이
2009. 1. 22. 14:21
얼마나 자유로운 가
아무 생각 없이
사물을 바라본다는 것
얼마나 여유로운 가
무심히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2009. 1.22
ㅡㅡ
13. 강물 따라
문똥이
2008. 12. 12. 12:17
강물 따라
언덕배기에 앉아
강을 내려다봅니다
언뜻언뜻 반짝이는 강물이
물길 따라 무심히 흐릅니다
비바람에 맞서는 가
뜨거운 햇볕 내치는 가
모든 것을 받아드리는 강물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제 길을 갑니다
유유히 흐르는 물
내 마음 잔잔한 강물 되어
같이 흐릅니다.
2008. 12. 11
14. 세월.2
문똥이
2008. 11. 18. 09:40
세월. 2
- 김문자 -
당신을 묶어 놓고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 볼 것이라 믿었습니다
매듭 풀고 날아 간지
벌써 인데
끈 자락 부여잡고
돌아오기 기다립니다
길모퉁이 돌아서면
기다릴 것 같아
발걸음 빨리 하지만
돌고 돌아도
늘 빈 걸음입니다.
2008. 11. 16
ㅡㅡㅡ
15. 비명
문똥이
2008. 11. 15. 10:11
- 비명 -
당해 보지 않은
남의 고통
같이 눈물 흘리면
그 속을 알까
생명을 삼켜 버리는
비수 꽂기
돌 맞은 개구리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체
연못 속에 가라 앉는다
바닥을 치고 올라온
숨 고르기
보글보글 수면 위
기포로 살아난다.
2008. 11.11.
ㅡㅡㅡ
16. 가을이 문밖에서
문똥이
2008. 9. 15. 10:39
가을이 문밖에서
- 김문자 -
가을인가 봅니다
흐르는 음악 소리에
왜 이리 가슴 저려 오는지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가슴 깊이 스며드는
잔잔한 멜로디
마음속 깊은 곳
눈물 흐릅니다
흐르는 눈물 훔치며
감정의 껍질
하나씩 걷어내고
내 속의 나 봅니다
젊은 날의 순수함
나이만큼 세월의 때로
무뎌진 감성
눈물로 되돌리려 합니다
가을이 문밖에서
나를 부릅니다.
2008. 9. 5
ㅡㅡㅡ
17. 나팔나리꽃 향기
문똥이
2008. 6. 30. 07:52
-나팔나리꽃 향기-
꽃대 하나 쑥 올라와
흰 꽃 나팔나리 네 송이
머리위에 앉았는데
나팔나리 나리꽃
옛날전축 확성기 모양
꼭 닮았어요
나팔나리
사방으로 확성기 틀어놓고
나비들아, 모두 놀러와
흰 나비
모여 드는 것 보니
나팔나리 나리꽃
성능 좋은 스피커
맞는 모양이네요.
2008. 6.29
ㅡㅡ
18. 눈물이 납니다
문똥이
2008. 6. 6. 12:51
-눈물이 납니다-
눈물이 납니다
흐르는 음악소리에,
바이올린 선율이 더욱
마음을 울립니다
창밖
가루비가 발비 작달비가 되어
창문을 두두리면
눈물이 막
쏟아질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을 맡깁니다.
2008. 6. 4
ㅡㅡㅡ
19. 셈 치다
문똥이
2008. 8. 29. 15:21
~셈 치다
잃어버린 것
동동 거릴 것 없어
없는 셈 치다
준 것
아까워 할 필요 없어
잃어버린 셈 치다
마음 부자 되는
~셈 치다
얼마든지 ~셈 치다.
2008. 8. 29
20. 눈물
문똥이
2008. 5. 18. 10:12
>
- 눈물-
의사 선생님이
방송에서 말 했어요
눈물의 힘을
웃음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파도라면
눈물은
해일이라고
꽁, 꽁
숨기지 마세요
울고 싶은 마음을.
2008, 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