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똥이의 시

호강해도 됩니다

문똥이 2008. 6. 18. 11:33
무궁화신품종[훈장] [환희]



 

 - 호강해도 됩니다 -


        남편은 일주일에 몇일은 연구소에서 잡니다 떨어져 있을 때는 사랑이 샘솟듯 솟아 오릅니다 전화 목소리도 더 다정해 집니다 사랑해요, 하는 소리도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닭살이라고 해도 이미 익숙해진 말입니다

        집에 옵니다 소파에 누워 전처럼 입으로 부립니다 전에는 다 해주면서도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설거지 끝내고 손에 로션 바르고 앉자마자 또 먹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저 한번 화내고 맙니다

        연구소에서 스스로 식사도 할 줄 알게 됐습니다 집에 올 때는 상추랑 아직 첫물이라 시원찮은 고추도 따 갖고 옵니다 어제는 시들을 까봐 나중에 딴다는 것이 손님 때문에 잊어버리고 그냥 왔습니다 아침에 상추 따러 간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남편은 전처럼 호강해도 됩니다 안식처인 집에서 호강 못하면 누가 해 주겠습니까 좋아하는 과일이나 깍아 주면 되는 것을

        2008.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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